초보 부모들에게 '18개월'이라는 시기는 흔히 '십팔개월'이라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육아의 큰 고비로 통합니다. 그동안 혼자서도 잘 놀고 순하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껌딱지가 되어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사소한 일에 자지러지게 울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요즘 우리 지섭이를 키우면서 매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긋방긋 웃으며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던 지섭이가, 오늘 아침에는 화장실만 가려고 해도 세상이 떠나가라 울며 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더라고요. 도대체 잘 자라던 아이가 왜 갑자기 퇴행한 것처럼 행동하는 걸까요?
처음에는 제가 육아를 잘못하고 있나 싶어 죄책감도 들고 덜컥 겁이 났지만, 알고 보니 이는 발달 과정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재접근기(Rapprochement)'**에 진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는 양육 스트레스로 지치고, 아이와의 애착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지섭이의 리얼한 일상 변화와 함께, 18개월 전후 영유아들에게 나타나는 재접근기의 명확한 특징, 그리고 부모의 멘탈을 지키면서 아이를 바르게 이끄는 현명한 훈육 및 대처법을 제 경험을 담아 꼼꼼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재접근기(Rapprochement)란 무엇일까?
재접근기는 아동 발달학자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가 정립한 개념으로, 생후 16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영유아가 겪는 심리적 발달 단계를 말합니다.
이전 단계(걸음마기)에서 아이는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호화로운 탐색을 즐겼습니다. 자기가 엄마와 분리된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신나게 사방을 돌아다닌 것이죠. 우리 지섭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실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혼자만의 탐험을 즐기느라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아이는 문득 거대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너무 넓고 무서운 곳이구나. 나는 아직 너무 작고 나약한 존재야."**라는 두려움과 맞닥뜨리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불안감을 느낀 아이는 세상으로 당차게 나아갔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자신의 가장 안전한 피난처인 '엄마'에게 격렬하게 되돌아오게(재접근) 됩니다. 즉, 독립하려는 욕구와 엄마 품에 안겨 보호받고 싶은 욕구가 마음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해내고 싶은 마음과 무서운 마음이 공존하니 아이 입장에서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싶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2. 18개월 재접근기의 대표적인 3가지 특징
이 시기 아이들의 행동은 부모 눈에 매우 모순적이고 변덕스럽게 보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은데, 요즘 지섭이가 딱 이 세 가지를 무한 반복하는 중입니다.
① 극심한 '엄마 껌딱지'와 분리불안의 재발
잠시 물 한 잔 마시러 주방에만 가도 자지러지게 울부짖고, 제 다리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잘 자던 아이가 밤에 자다 깨서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우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아빠가 퇴근하고 와서 기분 좋게 돌봐주려고 해도 오직 '엄마, 엄마!'만 찾으며 통곡을 하니, 아빠는 아빠대로 서운하고 저는 저대로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못 가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극에 달하곤 합니다.
② "내가 할래!"와 "안 해!"의 무한 반복 (양가감정)
혼자서 신발을 신겠다고, 혹은 바지를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도 막상 마음대로 잘 안되면 짜증을 내며 물건을 내팽개치고 엄마 보고 해달라고 울부짖습니다.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주면 답답하다고 내려달라고 떼를 쓰고, 막상 내려놓으면 다시 안으라고 다리를 붙잡고 우는 등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모순된 행동을 보입니다. "엄마 보고 어쩌라는 거야ㅠ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③ 잦은 짜증과 폭발적인 눈물 (일시적 퇴행)
자신의 감정이나 원하는 바를 언어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으면 거실 바닥에 그대로 드러눕거나 손에 쥔 교구를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좌절감을 표출합니다. 밥을 혼자서도 예쁘게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아기처럼 먹여달라고 징징거리거나, 이미 뗀 젖병이나 공포의 공갈젖꼭지를 다시 찾는 등 겉보기에는 발달이 거꾸로 퇴행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3. 지섭이와 함께 극복하는 현명한 훈육 및 대처법
이 시기의 핵심은 **"아이가 버릇없어진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임을 부모가 먼저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잘못된 훈육은 아이에게 큰 정서적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제 마음을 다스리며 효과를 보았던 현실 대처법을 공유합니다.
① '밀당'하지 말고 원하는 만큼 듬뿍 안아주기
"너 자꾸 이러면 엄마 저 방으로 가버린다", "이제 형아니까 징징대지 말고 혼자 해야지"라며 아이를 밀어내거나 강제로 떼어놓으려 하면 아이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극에 달합니다. 지섭이가 저에게 매달릴 때는 하던 집안일을 잠시 과감하게 멈추고, 인간 충전기가 되어 준다는 느낌으로 아이가 만족할 때까지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엄마라는 요새가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는,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시 혼자 놀러 나갑니다.
② 행동은 제한하되, 감정은 100% 수용하기 (훈육의 기본)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물건을 던지거나 엄마를 때릴 때는 반드시 단호한 훈육이 필요합니다. 단,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감정을 먼저 읽어주어야 합니다.
실제 효과 본 훈육 예시: > 지섭이가 블록이 잘 안 끼워진다고 집어던지며 울 때, 저는 일단 던진 블록을 수거하고 지섭이의 눈을 맞추며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 "블록이 마음대로 안 끼워져서 속상했구나?(감정 읽어주기) 하지만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되는 거야.(행동 제한) 엄마가 도와줄까, 아니면 지섭이가 다시 해볼래?(선택권과 대안 제시)" > 처음에는 계속 울다가도, 감정을 알아주니 서서히 울음을 그치고 다시 시도하더라고요.
③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존재함을 확신시키기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방을 비워야 할 때, 아이가 울까 봐 몰래 도망치듯 나가면 절대 안 됩니다. 이는 아이에게 '엄마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주어 분리불안을 만성화시킵니다. 울더라도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엄마 화장실 다녀올게. 거실에서 장난감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말하고, 문을 살짝 열어둔 채 목소리로 계속 "엄마 여기 있어~" 하고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엄마 진짜 왔지? 기다려줘서 고마워!"라며 칭찬해 주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다시 돌아온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④ 과도한 통제 줄이기와 제한된 선택권 주기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는 부모의 권위로 무조건 꺾으려 하지 말고,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이 옷 입어!" 하고 강요하는 대신 "오늘 노란색 티셔츠 입을래, 파란색 티셔츠 입을래?"처럼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선택권을 주면, 주도성이 만족되면서 고집 부리고 떼쓰는 행동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습니다.
4. 결론: 모든 육아 동지들을 위한 죄책감 내려놓기
재접근기를 겪는 18개월 전후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양육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감정적으로 극심한 소모를 겪게 됩니다. 저 역시 밤마다 '내가 오늘 지섭이한테 너무 불친절했나?',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이렇게 예민한가?' 하는 자책감에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것은 부모의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엄마를 온전히 깊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불안하고 유약한 밑바닥 감정까지 가감 없이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부모와 정서적 유대를 잘 맺으며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 힘들고 지난한 시기는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보통 24개월 전후로 언어 능력이 폭발하고 "나"라는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이 거친 폭풍우는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지금 내 아이가 세상 속에서 멋진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격렬한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더 넉넉하게 품어주기로 해요. 우리 지섭이도, 그리고 이 세상 모든 18개월 아기들도 이 고비를 현명하게 넘기고 나면 한층 더 단단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훌쩍 성장해 있을 테니까요. 오늘 밤도 힘내 판을 짜봅시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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